지금은 부동산 '수요대책'이 필요합니다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입력 2024-01-24 09:10   수정 2024-01-24 10:59

1월10일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그 제목(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급정책에 가깝습니다. 물론 수요대책도 눈에 띄지만 대부분의 정책기조는 공급안정화에 방점을 찍습니다. 시공순위 16위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건설회사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이런 문제가 경제전반으로 퍼지는 것을 막고자 하는 의도가 큽니다. 따라서 대책의 많은 부분이 일견 국민의 생활과 직접적이지 않은 주택공급과 건설경기 활력 회복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부동산 규제는 세금, 거래, 금융 등 부문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부에서 규제를 강화할 때 가장 먼저 나왔던 영역은 세금이었습니다. 세금정책으로도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잡지 못하면 거래와 금융정책을 순차적으로 발표합니다. 가장 강력한 수단은 '금융'입니다. 대출규제가 대표적인 금융규제인데 주택수요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이 조정을 받을 때는 부문별로 규제완화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규제완화를 통해 시장을 정상화할 때는 동시다발적인 방법이 요구됩니다. 공급과 수요 두 가지 측면의 규제완화를 대칭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한쪽만 너무 강하게 규제를 완화하면 규제완화의 효과가 시장에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양도세 중과입니다.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면 일견 주택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주택시장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동산을 처분하려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시장에 많은 매물이 쏟아지게 됩니다. 주택수요를 진작시킬 수 있는 정책을 함께 사용하지 않는 경우 시장은 매물에 눌려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게 됩니다. 수요나 공급 어느 한쪽에 치우진 규제완화를 우리는 ‘비대칭적 규제 완화’라고 부르며 부정적으로 인식합니다.

국민들에게 생중계됐던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도 대통령은 수요를 억누르는 규제에 대해 ‘조금 더 빠른 속도로 풀어나가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부동산 규제의 후속대책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대책 또한 수요를 진작시킬 수 있는 정책을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수요 활성화가 아닙니다. 수요가 정상화되도록 선진국에서는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규제를 원래대로 돌려놓자는 말입니다.

부동산 규제완화는 주택수요가 부족할 때 사용하는 정책적 대안입니다. 수요를 진작시킬 수 있는 규제완화를 사용하지 않고 공급을 늘리는 규제완화가 계속 쏟아지면, 부동산시장이 규제를 강화할 때보다 더 심각한 왜곡을 겪게 됩니다. 규제를 강화할 때는 그나마 매물이 나오지 않아 수급상황이 맞춰지는데 반해 매물이 주택시장에 나오는 규제완화만 지속되면 수급상황은 급격히 무너지게 됩니다. 따라서 주택공급과 함께 주택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규제완화를 같이 사용해야 합니다.

수요가 정상화되는 것이 두려울 수 있습니다. 수요가 늘어나면 당연히 주택시장이 불안해집니다. 가격이 오를 수도 있고 모델하우스에 줄을 서서 들어가는 광경도 연출됩니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상황도 좋지 않고 금리도 높아 주택수요가 갑자기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주택수요를 정상화하는 정책을 활용하는데 주저해서는 안됩니다. 주택수요 정책은 주택공급 정책과 일맥상통하며, 무주택자가 적정수준의 집을 구입하도록 만드는 것은 주거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또한 규제완화에 법을 개정하는 작업은 필수입니다.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되기 위해 필수적인 대책들은 법률 개정이 동반돼야 합니다. 이번 대책에서도 18개 과제가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세밀히 수급상황을 맞추지 않으면 '실거주 의무 폐지'와 같이 결국 비대칭적 규제완화로 귀결될 가능성 또한 큽니다. 아파트 분양권은 많이 공급되었지만 분양권 수요자를 급격히 사라지게 만드는 실책입니다. 수급을 고려한 부동산 '공급정책'이 필요하듯 수급을 고려한 '규제완화'가 하루빨리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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